이정록 “이웃”

2026년 06월 22일

이웃

이정록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으니 두부 장수는 종을 흔들지 마시고 행상 트럭은 앰프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크게 써서 학교 담장에 붙이는 소사 아저씨 뒤통수에다가 담장 옆에 사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한마디씩 날린다 공일 날 운동장 한번 빌려준 적 있어 삼백육십오일 스물네 시간 울어대는 학교 종 한번 꺼달란 적 있어 학교 옆에 사는 사람은 두부도 먹지 말란 거여 꽁치며 갈치며 비린 것 한번 맛볼라치면 버스 타고 장에까지 갔다 오란 거여 차비는 학교에서 내줄 거여 도대체 생명이 뮌지나 알고 분필 잡는 거여 호박넝쿨 몇 개 얹었더니 애들 퇴학시키듯 다 잘라버린 것들이 말 못하는 담벼락 가슴팍에 못질까지 하는 거여 애들이 뭘 보고 배울 거여 이웃이 뭔지 이따위로 가르쳐도 된다는 거여
Image : Pixabay

학교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 소란스러운 신경전은 볼수록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 집중력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보겠다고 장사꾼 목소리까지 단속하려는 학교의 눈물겨운 학업 사수 작전도 재밌고,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두부 종소리마저 빼앗겨 분통을 터뜨리는 이웃들의 생계형 항의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정작 학교는 일 년 내내 종을 시끄럽게 울려대면서 주민들에게만 정숙을 요구하니, 꽁치 한 토막 마음 놓고 못 구워 먹는 아줌마들의 차진 팩트 폭격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서로 자기 사정만 챙기느라 호박넝쿨까지 싹둑 잘라버린 해프닝이 섭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결국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공부인데,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마치 정겨운 시트콤 한 장면 같다. 이렇게 왁자지껄 부딪히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아이들도 교과서 밖 진짜 이웃의 의미를 배워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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