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아침의 단막극”

2026년 04월 12일

A beautiful sunrise with warm sunlight and a misty morning landscape

아침의 단막극

서덕준


동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흔들리는 들풀과 어귀의 꽃잎들이 모두 네게로 불어오면 좋겠다 아침 안개는 너의 가는 길에 은빛 카펫이 되고 새의 지저귐은 너를 깨우는 자그마한 연주가 되면 좋겠다 달이 잠시 무대의 뒤로 사라지고 화려한 단막극이 시작되듯 쏟아지는 햇볕이 너의 하루를 비추기 시작하는 이 순간 이처럼 너의 아침이 항상 찬란했으면 좋겠다
Image by Pixabay

이 시를 읽으면 마치 포근한 이불 속에서 막 깨어나 창을 열었을 때 마주하는 상쾌한 공기가 느껴진다. 이 시는 누군가를 향한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축복을 담고 있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흔들리는 들풀, 그리고 이름 모를 꽃잎들까지 세상의 모든 예쁜 것들이 오직 '너'를 향해 불어오길 바라는 마음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시인은 아침 안개를 은빛 카펫으로, 새들의 지저귐을 자그마한 연주로 비유하며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예술의 무대로 순식간에 바꾸어 놓는다. 밤을 지킨 달이 퇴장하고 눈부신 햇볕이 쏟아지는 그 찰나를 '화려한 단막극'의 시작으로 표현한 대목에서는 작가의 섬세하고도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거창한 성공이나 거창한 행운을 빌기보다, 그저 오늘 하루의 시작이 찬란하기를 빌어주는 이 소박하고도 깊은 진심이 읽는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준다. 나도 소중한 누군가에게 이런 눈부신 아침을 선물하고 싶게 만드는, 참 고맙고 예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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