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희 “사월”

2026년 04월 05일

Petals fluttering in the spring breeze

사월

송영희


이제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시 만난 날들이 기척 없는 바람에도 저렇게 꽃잎은 흩날려 떨어지는데 꽃들이 피고 잎들이 지고 내 생애의 불꽃들도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이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예고도 없이 눈부실수록 빨리.
Image : Pixabay

이 시를 읽으니 흐드러지게 피었다 날리듯 떨어지는 공원의 벚꽃나무 아래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일년만에 다시 만난 기쁨도 잠시, 부드러운 봄바람에도 속절없이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우리는 삶의 유한함과 이별을 떠올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순리 속에 내 생애의 찬란했던 불꽃들도 함께 저물어가는 것을 느끼는 표현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다. 특히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눈부시면 눈부실수록 이별은 예고 없이, 그리고 더 빠르게 찾아온다는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봄꽃들을 보면서 그 뒤에 찾아오는 쓸쓸함을 예쁘게 그려냈다. 사월의 눈부신 햇살 속에서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이별의 정취가 매력적인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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