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을 덮는 선한 행동

2026년 06월 14일

불평보다 먼저 오는 선함

The task of life is to show goodness to others, not to complain about their failings.

우리가 살면서 꼭 해야 하는 일은 타인의 결점에 대해서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선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 샐리 루니(Sally Rooney), "인터메초" 380p-

Source: Pixabay · adege

이 문장의 출처는 샐리 루니(Sally Rooney)의 최신 장편소설 인터메초(Intermezzo) 380쪽이다. 영국판은 2024년 9월에 출간했고,  한국어판은 허진이 옮기고 은행나무가 2026년 2월 5일 출간하였다.

이 문장의 의미는 단순하다. 인간은 타인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데 삶의 힘을 쓰기보다, 그 사람에게 선한 태도를 보이는 데 힘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단순함 속에는 샐리 루니(Sally Rooney)의 소설 세계가 반복해 다루는 관계의 윤리가 들어 있다. 인터메초(Intermezzo)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두 형제 피터(Peter)와 아이번(Ivan)의 삶을 중심에 둔다.

이 문장은 아이번이 마거릿을 생각하는 내용으로부터 이어진다.

"그를 항한 마거릿의 다정함과 동정. 아이번은 마거릿이 자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그런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너무나 좋아하는 직장 동료들, 친구 애나, 애나의 남편과 아기, 그녀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 대학 시절 친구들. 마거릿의 보살필과 관심은 점점 더 확장되어 그녀에게 실망과 상처를 안겨준 사람들, 어머니와 전남편 등등까지 끌어안는다. 타인을 향한 마거릿의 애정 어리고 사려 깊은 태도. 아이번이 자기 가족에 대해서 불평할 때 마거릿은 그의 편을 들면서도 물론 흠이 있지만 전적으로 사악하지는 않으며 결국 인간일 뿐인 크리스틴과 피터 같은 사람들에게 연민을 살짝 드러낸다. 아이번은 그래, 이 세상에는 선과 품위의 여지가 있어, 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꼭 해야 하는 일은 타인의 결점에 대해서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선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타인의 결점은 멀리서 보면 쉽게 보인다. 형제의 미성숙함, 연인의 모순, 가족의 회피, 사랑의 비겁함은 늘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결점은 악의라기보다 상처의 흔적이고, 어긋난 말은 때로 두려움의 방어가 된다. 이 문장은 바로 그러한 시각에서 불평보다 선함이 더 어렵고, 더 깊은 일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이 문장은 도덕을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행위의 문제로 옮긴다. 남을 평가하는 일은 상대를 대상화하지만, 선함을 보여주는 일은 관계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불평은 타인을 고정된 결함으로 묶어두지만, 선함은 타인에게 아직 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여기서 “선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것은 선한 감정을 품는 데 그치지 않고, 말투, 기다림, 침묵, 사과, 돌봄, 해명할 기회, 서둘러 단죄하지 않는 태도까지 포함한다. 샐리 루니(Sally Rooney)의 인물들은 대개 선한 사람이어서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도 다시 선함의 가능성을 찾기 때문에 관계 안에 남는다. 이 문장의 중심에는 인간은 결점으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결점을 이해와 선함으로 감싸야 한다고 말하면, 폭력과 착취와 반복되는 무책임까지 개인의 인내 문제로 축소할 수 있다. 타인의 결점을 불평하지 말라는 말은 때로 피해자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말로 오해될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선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관계가 있다. 경계 설정이 필요하고, 책임 추궁이 필요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떠남이 가장 선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문장은 타인의 잘못을 무조건 덮으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비난을 습관으로 삼지 말고, 가능한 자리에서는 인간을 결점보다 크게 보라는 요청에 가깝다.

우리는 결점을 찾아내는 감각을 빠르게 훈련시키기 때문에 선함을 실천하는 감각은 자주 무뎌지면서, 관계가 어려워지고, 상대를 해석하려 하고, 판정하려 하고, 자신이 옳았다는 증거를 모으려 한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옳음을 증명하는 말보다 선한 행동 하나가 더 소중하다. 샐리 루니(Sally Rooney)의 문장은 선함을 순진한 미덕이 아니라 관계가 완전히 부서지지 않도록 붙드는 최소한의 기술로 보여준다. 사람은 결점을 가진 채로 사랑받고, 결점을 본 뒤에도 선함을 받을 때 조금씩 달라진다는 교훈을 준다. 동시에 이 문장은 선함에도 한계가 있으며, 선함은 자기소멸이 아니라 더 정확한 책임의 방식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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